꽃일의 시작
꽃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던 나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프리저브드플라워를 접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같은 해에 짝꿍의 어머님도 돌아가셔서 납골당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꽃을 사서 납골당에 찾아가는 일이었다. 나는 꽃을 좋아하지만 선물 받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꽃을 선물 받을 때는 너무 예쁘고 좋지만 금방 시들어버리기에 예뻤던 꽃의 뒤처리가 늘 곤란했다. 납골당에 둘 꽃도 마찬가지다. 어색한 모습의 조화는 색감이 화사하고 예쁘지만 꽃 같아 보이지 않았고 드라이플라워를 두자니 칙칙한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들지 않는 꽃은 없을까 검색하며 알게 된 것은 프리저브드플라워이다. 프리저브드플라워를 알게 되고 호기심에 한 전문점에서 주문해 보았다. 무슨 작은 꽃이 이리도 비싼지 꽃이 한송이 들어간 화분이 몇만 원이라 적잖지 않게 당황했지만 완성된 꽃을 픽업하러 갔을 때의 넋을 잃고 꽃만 쳐다본 기억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생긴 건 생화인데 정말 시들지 않을까 살짝 만져도 보고 픽업 후 납골당에 헌화하러 가는 2~3일 동안 정말 시들지 않고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몇 번을 프리저브드플라워를 접해보고는 내 손으로 직접 그리운 이에게 올릴 꽃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취미 삼아 시작한 프리저브드플라워는 또 다른 내 직업이 되었다.
프리저브드플라워란
프리저브드플라워는 생화를 특수 약품으로 보존 처리한 보존화이다. 보통 1000일 동안 시들지 않는다고 하여 천일 화라 부르기도 한다. 생화를 가공한 꽃이기에 조화의 어색한 모습도 아니고 드라이플라워처럼 으스러지지도 않는다. 프리저브드플라워는 본인이 직접 약품처리하여 DIY로 보존 처리할 수도 있지만 판매용으로 제작할 프리저브드플라워는 꽃시장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직접 보존 처리하기 위해서는 싱싱한 꽃을 사 와 꽃머리와 줄기 부분을 분리해 주고 꽃머리 부분은 탈색약품으로 자연의 색을 모두 빼내고 염료를 이용하여 새로운 색을 입혀 말린다. 이러한 과정은 꾀나 시간이 들고 까다로운 작업과정이 필요하다. 프리저브드플라워는 보존 처리하는 약품부터 고가이기 때문에 보존 처리할 때에는 꽃머리만 보존 처리한다. 꽃시장에 나와있는 꽃들도 모두 꽃머리만 보존 처리되어 판매된다. 생화가 시간이 지나 활짝 펴있을 때의 상태가 아닌 꽃이 피기 전 가장 싱싱한 상태로 보존처리를 하기 때문에 꽃잎과 꽃의 줄기 모두 손수 만들고 피워내야 한다.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꽃머리를 구매하여 철사로 꽃의 줄기를 만들고 꽃잎은 한 장 한 장 떼어내고 다시 붙여서 새로운 꽃으로 만들어낸다.
"퍼컬레이트"
percolate의 사전적 의미는 "스며들다"이다. 꽃을 주고받는 것은 마음을 주고받는 일과 같다. 내가 프리저브드플라워를 처음 시작한 것이 꽃에 그리운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꽃을 선물하는 이유에는 감사하는 마음, 축하하는 마음, 상대가 꽃을 보고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꽃은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꽃에 그 마음이 스며들었다는 의미로 상호명을 "퍼컬레이트"로 정하였다. 선물하는 이의 기쁜 마음에 나의 꽃기술을 더해서 받는 이에게 그 마음이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만든다.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 꽃인 만큼 받는 이도 그 꽃을 볼 때마다 행복했던 그날의 기억을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가 정성을 다해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들기에 하루에 제작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제한적이므로 주문하고 받는 시간은 오래 걸린다. 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이기도 하고 공장처럼 찍어내는 노동력으로 꽃을 피우고 싶지는 않다. 꽃을 만들 때만큼은 이 꽃을 받고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기에 나 또한 꽃일을 하는 동안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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